좋은 시

가을 나무

시인묵객 2010. 10. 10. 12:25


 

 

 

 

 

 

 

가을  나무   /   문 정 영


 

 

 

물빛 고인 푸른 하늘을 닮을 수는 없을까
가슴에 가득 넘치는 물기를
푸른 햇살로 닦아내고
이파리보다 더 진한 자세로
하늘 향해 설 수 있다는 것은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인가

 

플라타너스의 흰 속살을 닮고 싶다
겨우내 잘린 팔로 차디찬 바람 끌고 다니다
지난 계절의 창틀에서 붉게 솟구치는
능금 빛 햇살 한 점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넉넉함을 배우고 싶다

 

뿌리에서 땅 살로 흩어지는 고요한 숨결
자신을 버리는 것은
충분히 멈추었다가 천천히 자신의
살 밑으로 떨어지는 것
자신을 버리지 못한 것들의 입술이 날마다 울음을 터뜨린다
벼이삭이 고통 없이 베어지는 것은
뜨겁게 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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