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월엔

시인묵객 2009. 6. 11. 14:32


 

 

 

 

 


유월엔      /     배 미 애

 


 

 

오월의 마지막 봄 숲들 가까이

 

젖어 가는 안개의 말 매어두고

 

슬픈 속눈썹 베끼는 그림자 호수에 두고

 

긴 이별로 돌아가는 남은 봄의 강어귀에

 

소리 없이 흐르는 물 같은 하루의 삶

 

연한 보리눈처럼 부드럽지 않아

 

딱딱한 나무 결 박힌 듯 고통 들다

 

그 바다에 신음 둘 만큼

 

가슴 시리면 어떻습니까

 

그 아픔 거들어줄 당신 있는데

 

잠들라 주신 밤의 고요

 

시린 잡념으로 지새우느라

 

온 몸 고등어 눈처럼 풀려도 어떻습니까

 

그 시름 덮어줄 당신 있는데

 

오월의 꽃 빛으로 못 다스리는

 

상처로 바람에 눕다 속속들이 젖는 꽃의 길에

 

이슬로 식어간들 어떻습니까

 

그 하늘 대신해 울어줄 당신 있는데

 

가깝고도 먼 울림이어 때론 아득한 숲길로도

 

닿을 길 없는 슬픔이지만

 

인형 눈 안에 저무는 잔잔한 노을로

 

언제나 가고픈 먼 여정 당신

 

새벽이면 서늘한 향기 딛고

 

기침하는 가지에 올라

 

잎새의 창문 열고 희망 줍는 유월엔

 

바람의 밀어라도 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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