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엔 / 배 미 애
오월의 마지막 봄 숲들 가까이
젖어 가는 안개의 말 매어두고
슬픈 속눈썹 베끼는 그림자 호수에 두고
긴 이별로 돌아가는 남은 봄의 강어귀에
소리 없이 흐르는 물 같은 하루의 삶
연한 보리눈처럼 부드럽지 않아
딱딱한 나무 결 박힌 듯 고통 들다
그 바다에 신음 둘 만큼
가슴 시리면 어떻습니까
그 아픔 거들어줄 당신 있는데
잠들라 주신 밤의 고요
시린 잡념으로 지새우느라
온 몸 고등어 눈처럼 풀려도 어떻습니까
그 시름 덮어줄 당신 있는데
오월의 꽃 빛으로 못 다스리는
상처로 바람에 눕다 속속들이 젖는 꽃의 길에
이슬로 식어간들 어떻습니까
그 하늘 대신해 울어줄 당신 있는데
가깝고도 먼 울림이어 때론 아득한 숲길로도
닿을 길 없는 슬픔이지만
인형 눈 안에 저무는 잔잔한 노을로
언제나 가고픈 먼 여정 당신
새벽이면 서늘한 향기 딛고
기침하는 가지에 올라
잎새의 창문 열고 희망 줍는 유월엔
바람의 밀어라도 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