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이 피는가 싶더니 지고 있습니다

시인묵객 2009. 5. 9. 09:35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 종 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 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 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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