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생의 노래

시인묵객 2009. 5. 4. 09:14


 

 

 

 

 

 

생의 노래    /   이 기 철

 

 

 

옴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 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밝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생애을 살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쓴다

세상의 것 다 녹슬었다고 핍박하는 것 아직 이르다

어느 산기슭엔 샘물이 솟고

들판 가운데 풀잎이 씨를 읽힌다.

 

 

 


절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지레 절망을 노래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꽃잎 하나씩은 지니고 산다.

근심이 비단이 되는 하루, 상처가 보석이 되는 한 해를

노래 할 수 있다면

햇살의 은실 풀어 내 아는 사람들에게

금박 입혀 보내고 싶다.

 

 

 


내 열 줄의 시가 아니면 무슨 말로

손수건 만한 생애가 소중함을 알리

초록에서 숨쉬고 순금의 햇빛에서 일하는

새의 향기를 흰 종이 위에 조금씩 쓰며.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안에 있는 당신이 더 소중합니다  (0) 2009.05.06
사랑 그 아름다운 아픔  (0) 2009.05.05
나뭇잎의 꿈  (0) 2009.05.03
봄비  (0) 2009.05.02
5월을 드립니다  (0) 200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