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뭇잎의 꿈

시인묵객 2009. 5. 3. 09:12


 

 

 

 

 

 

나뭇잎의 꿈   /   도 종 환

 

 

 

나뭇잎은 사월에도

청명과 곡우 사이에

돋는 잎이 가장 맑다

 


연둣빛 잎 하나하나가

푸른 기쁨으로 흔들리고

경이로움으로 반짝인다

 


그런 나뭇잎들이

몽글몽글 돋아나며 새로워진 숲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룬 산은

어디를 옮겨놓아도 한폭의 그림이다

 


혁명의 꿈을 접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버린 건 아니어서

 


새로운 세상이 온다면

꼭 사월 나뭇잎처럼

한순간에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었으면 싶다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이

가지마다 빛나는 창을 들어

대지를 덮었던

죽음의 장막을 걷어내고 환호하듯

 


우리도 실의와 낙망을 걷어내고

사월 나뭇잎처럼

손사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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