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비

시인묵객 2009. 5. 2. 09:09


 

 

 

 

 


봄  비   /    고 정 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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