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내리면, 나는 편지가 됩니다 . / 김 민 소
고사목이 되버린 줄 알았어요
작은 꽃씨 하나 틔우지 못 할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꽃잎이 분분하게 흩날리면
목말랐던 가슴속 언어들이
제 철을 만난 듯 튀어나오는 걸 어찌해요
겨울새처럼 떠나갔던 영상들이
쓸쓸한 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와
어떤 날은 노래가 되어주고
어떤 날은 꿈이 되어 줄때 마다
나는 또 백치가 되어 버려요
어찌해야 할까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돌무덤이 쌓여 풀 한 포기 없던 그 자리에
콘크리트 블록처럼 귿어 버린 그 자리에
삐죽삐죽 돋아나는 그리움을
긴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매장되지 않았던 기억의 편린들이
꽃비가 되어 내 몸을 적시면
나는 어느새 편지가 되고 말아요
혹, 당신의 문은 열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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