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비가 내리면 나는 편지가 됩니다

시인묵객 2009. 3. 30. 09:42


 

 

 

 

 

 

   

 

   꽃비가 내리면, 나는 편지가 됩니다 .       /    김 민 소

 

   

 

 

 

 

    고사목이 되버린 줄 알았어요


    작은 꽃씨 하나 틔우지 못 할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꽃잎이 분분하게 흩날리면


    목말랐던 가슴속 언어들이


    제 철을 만난 듯 튀어나오는 걸 어찌해요

 

 

 

    겨울새처럼 떠나갔던 영상들이


    쓸쓸한 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와


    어떤 날은 노래가 되어주고


    어떤 날은 꿈이 되어 줄때 마다


    나는 또 백치가 되어 버려요

 

 

 

    어찌해야 할까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돌무덤이 쌓여 풀 한 포기 없던 그 자리에


    콘크리트 블록처럼 귿어 버린 그 자리에


    삐죽삐죽 돋아나는 그리움을

 

 

 

    긴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매장되지 않았던 기억의 편린들이


    꽃비가 되어 내 몸을 적시면


    나는 어느새 편지가 되고 말아요


    혹, 당신의 문은 열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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