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을 여는 강가

시인묵객 2009. 3. 2. 09:53


 

 

 

 

 


 

봄을 여는 강가   /   고 은 영

 

 

 

 

잡초가 우거졌던 싱그러움을 벗어
허물처럼 빈 몸으로선 얼어 있는 강기슭
헤드라이트 불빛에 
나목의 벗은 몸이 을씨년스럽다

그들의 생존도 한때 물푸레 나무처럼
희고 작은 꽃도 피워 내고
물총새 고운 부리로
물빛 사랑을 실어 나르면
온통 초록이 춤추는 여린 결로
청춘을 노래하였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간간이 상점 간판을 비추는
초라한 불빛만이 쓸쓸한 거리를 비추고
하늘마저도 달과 별의 은총을
불식시킨 두물머리

이미 식어버린 대지
축축한 감촉으로 맴도는
온기 없이 푸르러 깊은 밤
강은, 속 울음 삼킨 채
얼굴에 온통 흰 분으로 분탕질하고
혹독한 추위에 봄을 여는
깊고 깊은 겨울의 잔등에
마지막 내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느니
땅속은, 봄의 사랑을 위하여
작은 밀어로 소곤대는 분주한 치장에 빠져
보아라! 들어 보아라!
밤잠을 잊고 들릴 듯 말 듯
봄의 세레나데를 읊조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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