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의 앞

시인묵객 2009. 2. 28. 10:07


 

 

 

 

 

나무의 앞  /  고은

 

 

 

 

보아라 사람의 뒷모습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저것이 신의 모습인가

나무 한 그루에도
저렇게 앞과 뒤 있다


반드시 햇빛 때문이 아니라
반드시 남쪽과 북쪽 때문이 아니라
그 앞모습으로 나무를 만나고
그 뒷모습으로 헤어져
나무 한 그루 그리워하노라면

 

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으면
바람에 잎새 더 흔들어대고
내년의 잎새

더욱 눈부시게 푸르러라


그리하여 이 세상의 여름 다하여
아무도 당해낼 수 없는 단풍
사람과 사람 사이
어떤 절교로도
아무도 끊어버릴 수 없는 단풍
거기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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