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엔 이런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채
한 백리 천리 걷고 걷다보면
걸음이 무거워 생각마저 멈추고 싶을 때
짧기엔 너무 긴 삶일지라도
쉬어 가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목 메이는 노래 한 자락 부르다가
먼 산 메아리 되돌아와 물으면
그래도 이 세상, 이 한 세상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붉게 물든 서산 노을 빛은
못 잊을 연인의 옷자락처럼 고운데
청춘은 어느새 석양의 새 한 마리
길기엔 너무 짧은 삶일지라도
그 시절 그 만남, 다시 와 손 내밀면
외롭다거나 그립다는 말 대신
그래도 한평생, 그런 대로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웃을 수 있었으면
어느덧 날은 저물고
이 내 가슴에도 어둠이 깃 들면
못다 한 이야기 강물 위에 뿌리고
돌아서는 길 위에 눈물 떨굴지라도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물으면
그래도 사는 일, 살아가는 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마음먹어도 갈 수 없는 길 있더이다
가자고 작정해도 못 갈 길 있더이다
가다가다 다 못 가고 주저앉을 때
긴 그림자로 누운 노송이나 되어
어느 여름날 당신의 그늘이 될 수 있다면
어느 겨울날 세월의 바람막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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