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참꽃. 제비꽃. / 안도현

시인묵객 2018. 5. 12. 08:00


 

 

 

 

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 오면 / 이해인  (0) 2018.06.04
유월의 노래/ 신석정  (0) 2018.06.02
오월의 편지 / 이해인  (0) 2018.05.05
5월의 노래 / 괴테  (0) 2018.05.01
4월의 엽서/ 정일근  (0)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