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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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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