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겨울 숲에서

시인묵객 2008. 1. 22. 20:19


 

 

 

 

 

 

겨울 숲에서    詩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 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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