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밤

시인묵객 2007. 10. 25. 19:04


 

 


 

 

 

가을밤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 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 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 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 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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