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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詩/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꼬까도요새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조그만 새의 의지를 거대한
비행기가 꺾지 못하는 이유, 무어라 설명할까
조류학자들은 인상 받기라고 명명했지만
차가운 동체에 묻힌
한 점 혈흔의 가엾음으로 나는
그 맹목이 그리움이라 유추해 본다
총과 경음기 폭음기로
위협해도 청, 청, 청,
푸른 하늘 들이받으며 날아오르던 새,
그렇지 그리움이란 것,
제 떠나왔던 물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사무친 기억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것,
안 보이지만 뜨겁게 사무치는
간절함은 끝까지 믿고 행하는 것,
지구의 반 바퀴나 되는
비행거리를 찬 날개 두 쪽과
가슴에 오므려 붙인 가느다란
두 발이 전부인 行裝으로
날아가도 서럽지 않은 것,
그 망망한 외로움을 위해
한 목숨 분쇄되는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펄럭 펄럭 붉은 석양이 적시는
흰 가슴의 날개로 제 몸 매질하여
구만리장천을 후회 없이 날아가는 것,
그리움도 그쯤은 되어야
지상의 계절을 번갈을 수 있지,
한 세상 사랑해서 건너왔다 할 수 있지..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