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철새는

시인묵객 2007. 5. 20. 00:24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詩/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꼬까도요새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조그만 새의 의지를 거대한 

비행기가 꺾지 못하는 이유, 무어라 설명할까

  

조류학자들은 인상 받기라고 명명했지만 

차가운 동체에 묻힌 

한 점 혈흔의 가엾음으로 나는 

그 맹목이 그리움이라 유추해 본다

   

총과 경음기 폭음기로 

위협해도 청, 청, 청, 

푸른 하늘 들이받으며 날아오르던 새,

 

그렇지 그리움이란 것, 

제 떠나왔던 물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사무친 기억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것,

 

안 보이지만 뜨겁게 사무치는 

간절함은 끝까지 믿고 행하는 것, 

지구의 반 바퀴나 되는 

비행거리를 찬 날개 두 쪽과 

가슴에 오므려 붙인 가느다란 

두 발이 전부인 行裝으로 

날아가도 서럽지 않은 것,

  

그 망망한 외로움을 위해 

한 목숨 분쇄되는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펄럭 펄럭 붉은 석양이 적시는 

흰 가슴의 날개로 제 몸 매질하여 

구만리장천을 후회 없이 날아가는 것,

  

그리움도 그쯤은 되어야 

지상의 계절을 번갈을 수 있지, 

한 세상 사랑해서 건너왔다 할 수 있지..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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