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시인묵객 2019. 2. 4. 08:00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시인, 1930-1969)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박인걸  (0) 2019.02.12
2월의 편지/홍수희  (0) 2019.02.08
첫눈을 위한 시/곽재구  (0) 2019.01.19
신년시 / 조병화  (0) 2019.01.08
새해 첫날의 소망 /이해인  (0) 201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