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2월의 기도/ 목필균

시인묵객 2018. 12. 8. 08:00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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