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바람 / 이해인

시인묵객 2016. 10. 9. 08:00

 

 

 

 

 

가을바람 /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 않는 길 / 로버트 프루스트  (0) 2016.10.27
사랑하는 너는 / 유안진  (0) 2016.10.12
가을 편지 / 고은  (0) 2016.10.06
내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0) 2016.10.03
시월/ 나희덕  (0) 20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