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편지/ 박유라

시인묵객 2016. 7. 27. 08:00

봉선화

 

 

 

나무편지 / 박 유 라

 

들판에 선 나무는 주소지를 찾아

영원히 가고 있는 편지라고 하면 어떨까

어린 나무 한그루가

대문 앞에 서 있는 오월이었네

 

막 타오르기 시작한 푸른 불꽃

그때 나는 길을 찾아 나선 연둣빛 편지 한통,

젊은 아버지가 웃으며

햇빛 속에 손을 흔들고 있었네.

 

길을 걷고 들을 지나 어둠 속

눈부신 조명아래 배달된

한 통의 봉인 된 꿈이었다가

 

빗소리 오래 들리는

아픈 여자의 잠 속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사원에서

푸른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주문이기도 했던

어떤 투명함에 대한 상상 알 수 없네

 

지금은 황사 가득한 낮과 밤

낯선 문 앞을 지나가는 중이네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잔가지만 무성해진 나무 한그루

 

나는 아직 주소지에 닿지 못한 편지

바람 불면 펄럭 펄럭

봉인해 두었던 그리움만 쏟아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