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나무편지 / 박 유 라
들판에 선 나무는 주소지를 찾아
영원히 가고 있는 편지라고 하면 어떨까
어린 나무 한그루가
대문 앞에 서 있는 오월이었네
막 타오르기 시작한 푸른 불꽃
그때 나는 길을 찾아 나선 연둣빛 편지 한통,
젊은 아버지가 웃으며
햇빛 속에 손을 흔들고 있었네.
길을 걷고 들을 지나 어둠 속
눈부신 조명아래 배달된
한 통의 봉인 된 꿈이었다가
빗소리 오래 들리는
아픈 여자의 잠 속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사원에서
푸른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주문이기도 했던
어떤 투명함에 대한 상상 알 수 없네
지금은 황사 가득한 낮과 밤
낯선 문 앞을 지나가는 중이네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잔가지만 무성해진 나무 한그루
나는 아직 주소지에 닿지 못한 편지
바람 불면 펄럭 펄럭
봉인해 두었던 그리움만 쏟아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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