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농가월령가 5월령

시인묵객 2016. 5. 18. 08:00

 

 

 

농가월령가  5월령

 

5월

 

五月이라 仲夏되니 芒種 夏至 節氣로다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 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食口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5월령

[1]

오월이라 한여름 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쪽 바람 때맞추어 보리 추수 재촉하니

보리밭 터를 닦고 보리타작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한 단 두 단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 서서 흥을 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안 갑자기 벅적인다.

가마니에 남는 곡식 이제 곧 바닥이더니 중간에 이 곡식으로 입에 풀칠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그루갈이 모 심기 제 힘을 빌리리라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땔나무 준비하여 장마 걱정 없이 하소

 

[2]

누에치기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맑은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뙤약볕에 말리우니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 고치 흰 고치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조금은 씨로 두고

그 나머지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 두고 왕채에 올려 내니 눈 같은 실오라기

사랑스런 자애소리 금슬을 고르는 듯 여자들 공을 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 오일 단오 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오이 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적 허송 마라

노는 틈틈이 할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3]

하느님 너그러워 뭉게뭉게 구름 지어 때 미쳐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뒤에 밤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하는 구나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때 뒷논은 뉘 심으고 앞밭은 뉘가 갈꼬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 자네하고 논삶이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로 너무 즐거워 하지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치 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

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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