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청산도 / 박두진

시인묵객 2016. 5. 15. 08:00

 

 

 

청산도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티 끝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 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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