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3월은 말이 없고 / 황금찬

시인묵객 2016. 3. 6. 07:00

 

 

 

3월은 말이 없고 / 황 금 찬

 

얼음이 풀린 논둑길에

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올랐다.

이런 봄

어머님은 소녀였던 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

봄 이야기를 하셨다.

 

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

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 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

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

산 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

 

흰 연기를 뿜어 울리며 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 올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

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

 

이 3월이

두고 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

천 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

이제 곧 고향 3월을

뜸북새가 울겠구나.

 

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

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

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

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인, 1918-)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안부 / 강 인 호  (0) 2016.03.15
개여울 / 김 소 월  (0) 2016.03.12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0) 2016.03.03
3월의 시 / 월리엄 워드워즈  (0) 2016.03.01
농가월령가 2월령  (0) 201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