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젖지 않는 마음 - 편지3 / 나희덕

시인묵객 2015. 12. 12. 08:00

 

 

 

 

젖지 않는 마음 - 편지3 / 나 희 덕

 

여기에 내리고

저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 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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