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신석정

시인묵객 2015. 12. 9. 08:00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 석 정

 

 

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깊은 산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 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 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 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 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또옥 따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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