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시인묵객 2014. 2. 22. 19:30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아, 바로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고등어 한 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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