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돌탑 옆에서

시인묵객 2013. 12. 21. 19:30

 

 

 

 

 

 

돌탑 옆에서 / 손 남 주

 

 

돌탑은

뾰족한 끝에서 태어난다.

 

떨리는 손이 그 끝에서

완성된다.

 

끝을 망가뜨리면 이미

돌탑이 아닌

돌무덤으로 무너져 내린다

 

원추형 돌탑의 둘레를 돌면서

몸통을 더듬던 눈들도

끝내는 그 끝에서 만난다.

 

하늘이 열리는 꼭지점 거기

갈구(渴求)하여 합장하는

두 손 손끝으로 만난다.

 

누군지도 모를 수많은 손들이

각기 다른 모양의 돌을 던졌지만

한 개의 돌들은

서로가 제자리로 맞물려

옆과 위를 받쳐주며

마침내 그 뾰족한 끝을 이룬다.

 

흙과 바람이 돌에 쌓이고

탑은 구름과 안개와 이슬로 덮여

이끼로 돋아나는 긴긴 시간들이다.

 

세월에 기대어

돌탑 옆 한 그루

굴참나무로 서서

기구(祈求)의 언저리 뾰족한 탑 끝에

긴 밤 어느 별 하나

수직으로 꽂히는 걸 볼 수 있을까

 

 

경북 예천 출생

시집 < 억새꽃 필 때까지 >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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