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 옆에서 / 손 남 주
돌탑은
뾰족한 끝에서 태어난다.
떨리는 손이 그 끝에서
완성된다.
끝을 망가뜨리면 이미
돌탑이 아닌
돌무덤으로 무너져 내린다
원추형 돌탑의 둘레를 돌면서
몸통을 더듬던 눈들도
끝내는 그 끝에서 만난다.
하늘이 열리는 꼭지점 거기
갈구(渴求)하여 합장하는
두 손 손끝으로 만난다.
누군지도 모를 수많은 손들이
각기 다른 모양의 돌을 던졌지만
한 개의 돌들은
서로가 제자리로 맞물려
옆과 위를 받쳐주며
마침내 그 뾰족한 끝을 이룬다.
흙과 바람이 돌에 쌓이고
탑은 구름과 안개와 이슬로 덮여
이끼로 돋아나는 긴긴 시간들이다.
세월에 기대어
돌탑 옆 한 그루
굴참나무로 서서
기구(祈求)의 언저리 뾰족한 탑 끝에
긴 밤 어느 별 하나
수직으로 꽂히는 걸 볼 수 있을까
경북 예천 출생
시집 < 억새꽃 필 때까지 >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