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름다운 편지

시인묵객 2013. 11. 21. 19:30

 

 

 

 

아름다운 편지 / 박 선 희 시인

 

 

나비 한 마리가...

온 나라를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나비야, 나비야,

부드러운 날개 짓으로..곱게 곱게 날아가길...)

 

거친 바람 부는 밤,

내 마음의 저 높은 다락방까지 뒤흔들어,

묵은 그리움까지 털어내고 있습니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당신의 세월도 털려나옵니다.

 

오직, 바람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

바람의 적막 속에선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안 들리던 당신이 들리고

안 느껴지던 무상이 느껴집니다

 

풍찬노숙의 쓸쓸한 잡풀 몇 포기

제 몸 하나 어쩌지 못한 채,

우주 끝에서 전해오는 푸른 전율,

온몸으로 다 받아 적고 있습니다.

 

바람의 숲,

가을의 유랑,

당신의 사랑,

그리고.....아름다운 나비떼!

 

가을은 또 이렇게,

한 편의 시가 되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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