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7월의 여자

시인묵객 2013. 7. 5. 17:30

 

 

 

 

 

7월 여자 / 최 호 일

 

 

이 동네에는 바라볼 때만 지나가는

옥탑 방 구름들이 살고

 

7월의 여자가 있지

 

그녀는 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시간을 널고 있지

 

저 악보는 6월이 찢어 놓은

바람의 달력 같다

 

빨래는 그녀를 안는 자세로

두 팔을 벌리고

축축해진 그림자를

조금씩 꺼내 먹고 있다

 

어쩌다 세상을

뒤집어 입고 있는 그림자들

 

하늘 저쪽을 바라보다 마주치면

동전을 줍는 척 고개를 숙이고

또 마주치면 떨어진 동전을

두 개 줍는 시늉을 한다

 

난간의 용도는 다양해서

스티로폼 박스가

위험하게 앉아 있기에 적합하다

 

저곳은 흙냄새를 맡아도

어떤 눈물이 자란다

 

꽃이 피면

동전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파꽃을 핑계 삼아

어느 날은 오래 어두워질 수 있겠다

 

아픔은 저마다

색다른 의상을 입고 있지만

푸르게 난간을

넘어오는 저 여자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기 때문에

이 계절은 소리가

지워진 채 떠내려가는데,

 

거기 가면

늦게 도착한 편지처럼

7월의 여자들만 사는

섬이 나올지 모른다.

 

- ' <詩로 여는 세상> 2009년 가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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