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절정의 노래

시인묵객 2013. 1. 29. 19:30

 

 

 

 

절정의 노래 /  이 성 선

 

 

내가 최후에 닿을 곳은

외로운 설산이어야 하리.

얼음과 백색의 눈보라

험한 구름 끝을 떠돌아야 하리.

 

가장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

그곳에서 모두를 하늘에 되돌려주고

한 송이 꽃으로 가볍게 몸을 벌리고

우주를 호흡하리.

 

산이 받으려 하지 않아도

목숨을 요구하지 않아도

기꺼이 거기 몸을 묻으리.

영혼은 바람으로 떠돌며 孤絶을 노래하리.

 

그곳에는 죽은 나무가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당당히

태양을 향하여 無의 뼈대를 창날같이 빛낸다.

침묵의 바위가 무거운 입으로 신비를 말한다.

 

가장 추운 곳.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에서

최후를 마치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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