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함 동 진
눈이 온다.
하느님은
세상 가득히 눈을 뿌려
하얀 도화지를 만드시고
겨울그림 그리시기를 좋아하신다.
혼자서 그리시지 않으시고
아무나 다 불러내어 함께
멋있는 거대한 화판의 그림을 그리신다.
노루 사슴 고라니
산토끼 꿩 다람쥐……
발자국 콕콕콕 찍어넣고
강아지 고양이 송아지 망아지
까치 참새 독수리……
발자국 총총총 찍어넣고
자동차 기차
자전거 우마차……
바퀴자국 줄줄줄 그어넣고
스키 눈썰매
자치기 연날리기……
알록달록 옷입어 꽃피우고
하늘의 하느님은
눈위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좋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