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선암사 낙엽들은 해우소로 간다

시인묵객 2012. 11. 12. 19:30

 

 

 

 

 

선암사 낙엽들은 해우소로 간다 / 정 호 승

 

 

길가에 낙엽은 또 떨어진다.

인생의 가을이 되면 누구나 퇴비가 되라고,

인간으로서의 역한 냄새를 스스로 향기롭게

만들어 보라고 낙엽은 또 떨어진다.

 

낙엽이 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나뭇가지에 영원히 매달려 있고 싶어도

때가 되면 낙엽이 되어 그만 땅에 떨어진다.

 

아무리 영원히 썩지 않기를 원해도 그만 누구나 썩고 만다.

다만 그 썩음이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느냐

하는 것만 다를 뿐이다.

 

(시인,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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