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하늘을 닮고 싶다 / 전 형 철
가을엔
하늘을 닮고 싶다
눈물 글썽이며
해풍에 쓸려간 여름을 내려놓고
묵묵히 날아오른
파란 하늘을 닮고 싶다
눈부신 그대 흰 목
꿈처럼 그리는
구름 한 점 가슴에 품고
앙상하게 울고선 나목의 슬픔
넉넉히 감싸 안은
하늘이 되고 싶다
붉은 입술 가을로
여름에 입 맞추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귀밑머리 흔드는 바람에 밀려
먼산처럼 아득히 느낄때
고즈넉한 계절
짓무른 고독
가만가만 다독이며
마른 가슴 비워내는
하늘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