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박 해 옥
하늘은 드높고 푸르러
바람은 깨금발로 지나고
햇살은 단 빛으로 내리는 계절
꽃들은 성숙해 씨앗을 맺고
열매들은 달디 달게 물들어가니
그대여
어디든 뜰채만 넣으면
채가 휘지게 가을이 가득하이
숱한 어스름 가슴에 머물러
햇살아래 섰어도 그림자 지지 않는 그대
삶의 한 모퉁이 제치고 나와
오곡이 익어가는 들녘을 걸으며
불완의 사유를 내려놓으시게
어제도 오늘 같았고
내일도 오늘 같을
지극히 단순한 듯하나
턱걸이하듯 숨이 차는 절망을
한 가락 풍류 같은 바람결에 털어내시게나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저들 곁에서면
느낌 좋은 소름이 돋지 않는가
어느 곳으로 굴러도 딸랑 소리 나도록
마음을 비우시게나.
가을은 성장의 계절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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