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편지

시인묵객 2012. 10. 11. 19:30

 

 

 

 

 

 

가을 편지 / 박 해 옥

 

 

하늘은 드높고 푸르러

바람은 깨금발로 지나고

햇살은 단 빛으로 내리는 계절

 

꽃들은 성숙해 씨앗을 맺고

열매들은 달디 달게 물들어가니

그대여

어디든 뜰채만 넣으면

채가 휘지게 가을이 가득하이

 

숱한 어스름 가슴에 머물러

햇살아래 섰어도 그림자 지지 않는 그대

삶의 한 모퉁이 제치고 나와

오곡이 익어가는 들녘을 걸으며

불완의 사유를 내려놓으시게

 

어제도 오늘 같았고

내일도 오늘 같을

지극히 단순한 듯하나

턱걸이하듯 숨이 차는 절망을

한 가락 풍류 같은 바람결에 털어내시게나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저들 곁에서면

느낌 좋은 소름이 돋지 않는가

어느 곳으로 굴러도 딸랑 소리 나도록

마음을 비우시게나.

가을은 성장의 계절이라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하늘을 닮고싶다  (0) 2012.10.13
비 개인 하늘처럼  (0) 2012.10.12
10월의 엽서  (0) 2012.10.10
바닷가에 사는 촌놈  (0) 2012.10.09
너를 위하여  (0)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