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쓰는 시 / 권 오 범
꽃에 흠뻑 취해 겔러터지게 습작하다
가뭄 때문에 때 놓친 논배미 여백 나 몰라라
성글게 드리워진 버들주렴 하늘거리는 틈타
소리 소문도 없이 떠난 봄
어수선한 본바탕 그대로 놔둔 채
노련미로 은유 강조해
싱그럽게 퇴고하다 보니
조금씩 생기발랄해지는 이야기들
작년 가을 머리 푼 뒤
꼿꼿이 선 채 유체이탈 한 갈대
진부해도 지울 수 없는 고집스런 언어들은
지치면 알아서 사그라지겠거니
망종 보폭에 맞게 태어나
키 재기에 여념 없는
참한 언어들만 골라도
오만 이미지가 무작스럽게 하늘 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