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월이 쓰는 시

시인묵객 2012. 6. 26. 17:30

 

 

 

 

 

유월이 쓰는 시 / 권 오 범

 

 

꽃에 흠뻑 취해 겔러터지게 습작하다

가뭄 때문에 때 놓친 논배미 여백 나 몰라라

성글게 드리워진 버들주렴 하늘거리는 틈타

소리 소문도 없이 떠난 봄

 

어수선한 본바탕 그대로 놔둔 채

노련미로 은유 강조해

싱그럽게 퇴고하다 보니

조금씩 생기발랄해지는 이야기들

 

작년 가을 머리 푼 뒤

꼿꼿이 선 채 유체이탈 한 갈대

진부해도 지울 수 없는 고집스런 언어들은

지치면 알아서 사그라지겠거니

 

망종 보폭에 맞게 태어나

키 재기에 여념 없는

참한 언어들만 골라도

오만 이미지가 무작스럽게 하늘 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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