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허밍 허밍

시인묵객 2012. 6. 24. 19:30

 

 

 

 

허밍 허밍 / 고 영 민

 

 

해질녘 저 밭은 무엇인가

저 흐릿한 논길은

 

해질녘 밭둑을 돌아 학교에서 돌아오는

거미 같은 저애들은 무엇인가

 

긴 수수 대

매양 슬픈 뜸부기 울음

 

해질녘 통통 경운기 짐칸에 실려 가는

저 텅 빈 아낙네들은 무엇인가

 

헛기침을 하며 걸어오는 저 불빛은 무엇인가

해질녘 주섬 주섬 젖은 수저를 놓는 손

 

국화 수레 옆에서 흙 묻은 발목을

문지르는 저고단함은

 

해질녘 내 이름 석 자를 적어온

이 느닷없는 통곡은 무엇인가

 

해질녘 해질녘엔

세상 어떤 것도 대답이 없고

 

죽은 사람은 모두 나의 남편이고 아내이고

해질녘 그 저 멀리 들려오는

 

웃음소리 울음소리

허망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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