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허밍 / 고 영 민
해질녘 저 밭은 무엇인가
저 흐릿한 논길은
해질녘 밭둑을 돌아 학교에서 돌아오는
거미 같은 저애들은 무엇인가
긴 수수 대
매양 슬픈 뜸부기 울음
해질녘 통통 경운기 짐칸에 실려 가는
저 텅 빈 아낙네들은 무엇인가
헛기침을 하며 걸어오는 저 불빛은 무엇인가
해질녘 주섬 주섬 젖은 수저를 놓는 손
국화 수레 옆에서 흙 묻은 발목을
문지르는 저고단함은
해질녘 내 이름 석 자를 적어온
이 느닷없는 통곡은 무엇인가
해질녘 해질녘엔
세상 어떤 것도 대답이 없고
죽은 사람은 모두 나의 남편이고 아내이고
해질녘 그 저 멀리 들려오는
웃음소리 울음소리
허망허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