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나무 있는 동네

시인묵객 2012. 5. 24. 19:30

 

 

 

 

 

 

감나무 있는 동네   /    이 오 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아동문학가, 1925-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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