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편지

시인묵객 2012. 4. 11. 19:30

 

 

 

 

 

편지 / 오 세 영

 

 

나무가

꽃눈을 피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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