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외발 곡예사

시인묵객 2012. 2. 27. 19:30

 

 

 

 

 

외발 곡예사 / 강 신 애

 

 

 

아랫도리를 쭉 뻗어 올리자

허공의 살이 뭉텅 베어 먹은 다리 한쪽 세밀한 떨림이

객석으로 공명한다

팬지꽃빛 별들이 터지고

 

주렁주렁 링을 뚫고 나가는 나비

장대에 매달려 캄캄한 궁륭으로 사라지는 나비

하체 하나를 지워 온몸 지우는 법을 알아버린 나비

 

줄 위의 양초인 듯

허공중의 착지인 듯

빙빙 공중그네 돌다 거꾸로 수행중인 흰 타이즈

 

없는 발이 나누어 놓은 중심이 어디쯤 쏠렸을까

호기심 어린 눈들에게

꼿꼿한 허리로

아름다운 실족(失足)을 싱싱하게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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