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기도 / 박 소 향
가지가 나뭇잎을 비우듯 나도
조용히 비워지고 싶다
바람 스산히 지나가는 거리마다
혼자 묻힌 고독에도 너무 황홀한
장미 빛 낙엽이고 싶다
구름도 때로 비되어 내리고
기다린 한 철 눈 되어 내리는데
무거운 어둠 쏟아놓지 못한 가슴으론
침묵의 무게만으로도 벅찬 것을
아 그래서 11월에는
마른 잎이 되어도
화려한 너처럼 비워지고 싶다
하나씩 가벼워지고
한 가지 씩 비워져서
누군가 마음 열 때 편히 담을 수 있도록
안녕을 고해도 잊혀 지지 않는 기억처럼
새하얀 작별의 날에도
기도의 몸 짓 멈추지 않는
마른 나뭇잎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