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1월의 기도

시인묵객 2011. 11. 7. 19:30

 

 

 

 

11월의 기도 / 박 소 향

 

 

 

가지가 나뭇잎을 비우듯 나도

조용히 비워지고 싶다

 

바람 스산히 지나가는 거리마다

혼자 묻힌 고독에도 너무 황홀한

장미 빛 낙엽이고 싶다

 

구름도 때로 비되어 내리고

기다린 한 철 눈 되어 내리는데

무거운 어둠 쏟아놓지 못한 가슴으론

침묵의 무게만으로도 벅찬 것을

 

아 그래서 11월에는

마른 잎이 되어도

화려한 너처럼 비워지고 싶다

 

하나씩 가벼워지고

한 가지 씩 비워져서

누군가 마음 열 때 편히 담을 수 있도록

안녕을 고해도 잊혀 지지 않는 기억처럼

 

새하얀 작별의 날에도

기도의 몸 짓 멈추지 않는

마른 나뭇잎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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