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몽탄역

시인묵객 2011. 9. 26. 21:12

 

 

 

 

 

 

몽탄역 / 박 라 연

 

 

밤기차를 타본 사람은 안다

마음속엔 몇 개의 몽탄(夢灘)역 있다는 것

역사 너머 저마다 연못 있다는 것

 

꿈으로나 만나보는

꿈이어서 다행인 풍경 있다는 것

 

옛날 그림자들 걸어 나와

구불구불한 생(生)의 왼편과 오른편에

달 불을 켠다는 것

 

연꽃 눈 뜨는 순간의 떨림 수정으로

구른다는 것

 

앞마당에 목백일홍은 심지 마라

붉은 울음 빼내어 너, 주면 어쩔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붓과는 눈 마주치지 마라

네, 속내 빼내어 화선지에 넣으면 어쩔래

 

어머니의 노래 끝날 무렵

만삭의 근심들 몸 푸는가

 

온몸에 반딧불 켜고 있는 저 허공

몽탄역!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달불의 연기처럼 스며드는

지는 해도 문득 외박하고 싶어지는

 

첫사랑, 몽탄행(行) 열차에게

길은 꿈길 뿐 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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