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탄역 / 박 라 연
밤기차를 타본 사람은 안다
마음속엔 몇 개의 몽탄(夢灘)역 있다는 것
역사 너머 저마다 연못 있다는 것
꿈으로나 만나보는
꿈이어서 다행인 풍경 있다는 것
옛날 그림자들 걸어 나와
구불구불한 생(生)의 왼편과 오른편에
달 불을 켠다는 것
연꽃 눈 뜨는 순간의 떨림 수정으로
구른다는 것
앞마당에 목백일홍은 심지 마라
붉은 울음 빼내어 너, 주면 어쩔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붓과는 눈 마주치지 마라
네, 속내 빼내어 화선지에 넣으면 어쩔래
어머니의 노래 끝날 무렵
만삭의 근심들 몸 푸는가
온몸에 반딧불 켜고 있는 저 허공
몽탄역!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달불의 연기처럼 스며드는
지는 해도 문득 외박하고 싶어지는
첫사랑, 몽탄행(行) 열차에게
길은 꿈길 뿐 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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