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시인묵객 2011. 9. 25. 21:06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 외 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 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 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 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 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우리들이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 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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