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년의 그 집 앞

시인묵객 2011. 8. 18. 16:03

 

 

 

 

 

 

 

유년의 그 집 앞 / 태연 - 김 경 숙

 

 

 

 

금 간 장독대 사이로 햇살이 들면

누이들의 웃음소리 까륵 까륵 반짝이던

지금은 서늘하게 문이 닫힌 그 집 앞

 

유년의 깃발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스러질 듯 담장에 기대어 있는데

귀에 익은 바람이 문을 흔들고

낯선 문패에 눈이 시리다

 

드문드문 수통 언저리에 남아있을

어린 내 지문은 화석이 되었고

어머니의 기침소리

섬돌 아래 켜켜이 이끼로 남아있는 곳

 

아버지도 가시고

어머니도 가시고

형제들도 낱알처럼 흩어져 살지만

그 시절 그 집 앞 휘어진 골목길에는

부모님의 그윽한 눈길과 발자욱

아련히 남아

세월의 빗장을 열어 울먹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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