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그 집 앞 / 태연 - 김 경 숙
금 간 장독대 사이로 햇살이 들면
누이들의 웃음소리 까륵 까륵 반짝이던
지금은 서늘하게 문이 닫힌 그 집 앞
유년의 깃발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스러질 듯 담장에 기대어 있는데
귀에 익은 바람이 문을 흔들고
낯선 문패에 눈이 시리다
드문드문 수통 언저리에 남아있을
어린 내 지문은 화석이 되었고
어머니의 기침소리
섬돌 아래 켜켜이 이끼로 남아있는 곳
아버지도 가시고
어머니도 가시고
형제들도 낱알처럼 흩어져 살지만
그 시절 그 집 앞 휘어진 골목길에는
부모님의 그윽한 눈길과 발자욱
아련히 남아
세월의 빗장을 열어 울먹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