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

시인묵객 2011. 8. 17. 04:30

 

 

 

 

 

 

 

 

그리움이 그대를 만나면 / 박 해 옥

 

 

 

 

 

 

 

흰옷의 무리들이

마안히 장사진을 이루는 강가를 걷습니다

 

그들의 틈새를 비집으며 거닐면

비틀대던 마음도 옷깃을 여미고

제 가끔의 상처와 멍을 안은 채

바다로 바다로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을 만나

그리운 마음을 띄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휘휘친친 안개에 휘감겨 넓적 돌에 발을 쉬면

더욱 절실히 그리운 그대

내 안에 사계절이 피고 질 때나

하루를 열고 닫는 매 순간에도

단 한번 그대를 잊은 적 없었음을 전합니다

 

 

 

 

맑진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고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많은 삶을 살다가

눈물도 말라버린 휘휘한 오후 길

금방 돌아올 것처럼

슬픈 빛없이 떠난 이여

앙다물고 있던 슬픔이 터져

오늘은 눈물도 풍요롭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듯 있어 보이는 그대여

은사시나무들은 박자를 놓친 채 떨고 있고

어린 새들의 노래는 끝나질 않았는데

인가 쪽에서 목 쇠게 부르는 삶의 소리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일어서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댈 또 아프게 했어요

안개와 눈물이 뒤섞여

내 안에 연우가 내리는 탓입니다

함량을 잴 수없는 그리움의 연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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