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바닷가 / 송 수 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번 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번 씩
저 뻘밭이 밀물이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 녁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 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 바삐 서녘 하늘을 깨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