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도...

시인묵객 2007. 12. 15. 10:53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  링반데룽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풍나무 아래서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실실 소녀적 웃음을 날리고 서있는---


하늘이 너무나 파랗다고 다른 용건도 없이

전화통 너머에서 깔깔거리기만 하는---


문득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내 팔을 붙들고 펑펑 울어 젖히기도 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제 손을 잡기 전에 먼저 내 손을 잡아 주거나

제 손을 잡도록 이유를 만들어 주거나

내가 제 입술을 힐끔거리기만 할 때

어두운 골목길에서

문득 입술을 내밀고 서있기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 주고 아껴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아가씨보다

제가 더 이쁘다고 뻑뻑 우기기도 하는---


철이 든 것인지 들다만 것인지

나처럼 곧 오십이 되어가는, 조금 뻔뻔한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먼 바닷가를 거닐며 분위기도 좋은데

누가 내게 부당함을 행하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감싸주는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편인 아줌마!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 핸드백에서 담배가 발견되고

내 담배 몇 개비도 더러 없어지던데

담배는 절대 안 피운다고 우겨대는---


나처럼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좋아하고

더러 감자처럼 생긴 머스마 김용택님 보다 더 고운 시를 쓰기도 하는---


그렇게 억지도 쓰고 시도 쓰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팝송도 많이 알고 시사에도 밝으면서

모처럼 침 튀기며 어설픈 논리에 바쁜 나에게

따지지 않고 차라리 졸고 앉아 있는---


발뒤꿈치 꺼칠하고 배가 조금 나왔어도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찬 소주잔을 들 때의 무표정은

허허로운 벌판을 닮아 애달프고

강 언덕에 세워 두면


가슴 아픈 그림이 되고 마는

봄에는 나비같고 가을에는 꽃잎같은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술잔마다 생각나고 보고 싶어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핑계 한마디 던져 놓고

홀로 거리를 걷게 하는---


낮에 만났어도 밤새 보고싶은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햇볕같고 바람같고 구름같고

흐르는 강물같은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이별의 징후가 전혀 없는데도

바라보면 안타깝고 애 타는 사람!


그녀에게 내가 눈물로 남기 싫고

결코 내 눈물이 안 될 사람!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꽃 보다 아름답고 달 보다 고우며

갈대밭에 숨어도 느낌으로 찾아지는---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도도한 콧대의---

더 이상 말고 이제 내 끝인 사람일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갈 때 절대 남겨두고 갈 수 없건만

그래도 가끔 내 생각하라고

겨우겨우 두고 가는---


내 상여를 먼발치에 바라보고 서서

'다시 만나자'고 말해주는

그런 쓸쓸한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애인,

생각하면 

애달파지고 마는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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