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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 링반데룽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풍나무 아래서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실실 소녀적 웃음을 날리고 서있는---
하늘이 너무나 파랗다고 다른 용건도 없이
전화통 너머에서 깔깔거리기만 하는---
문득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내 팔을 붙들고 펑펑 울어 젖히기도 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제 손을 잡기 전에 먼저 내 손을 잡아 주거나
제 손을 잡도록 이유를 만들어 주거나
내가 제 입술을 힐끔거리기만 할 때
어두운 골목길에서
문득 입술을 내밀고 서있기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 주고 아껴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아가씨보다
제가 더 이쁘다고 뻑뻑 우기기도 하는---
철이 든 것인지 들다만 것인지
나처럼 곧 오십이 되어가는, 조금 뻔뻔한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먼 바닷가를 거닐며 분위기도 좋은데
누가 내게 부당함을 행하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감싸주는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편인 아줌마!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 핸드백에서 담배가 발견되고
내 담배 몇 개비도 더러 없어지던데
담배는 절대 안 피운다고 우겨대는---
나처럼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좋아하고
더러 감자처럼 생긴 머스마 김용택님 보다 더 고운 시를 쓰기도 하는---
그렇게 억지도 쓰고 시도 쓰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팝송도 많이 알고 시사에도 밝으면서
모처럼 침 튀기며 어설픈 논리에 바쁜 나에게
따지지 않고 차라리 졸고 앉아 있는---
발뒤꿈치 꺼칠하고 배가 조금 나왔어도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찬 소주잔을 들 때의 무표정은
허허로운 벌판을 닮아 애달프고
강 언덕에 세워 두면
가슴 아픈 그림이 되고 마는
봄에는 나비같고 가을에는 꽃잎같은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술잔마다 생각나고 보고 싶어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핑계 한마디 던져 놓고
홀로 거리를 걷게 하는---
낮에 만났어도 밤새 보고싶은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햇볕같고 바람같고 구름같고
흐르는 강물같은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이별의 징후가 전혀 없는데도
바라보면 안타깝고 애 타는 사람!
그녀에게 내가 눈물로 남기 싫고
결코 내 눈물이 안 될 사람!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꽃 보다 아름답고 달 보다 고우며
갈대밭에 숨어도 느낌으로 찾아지는---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도도한 콧대의---
더 이상 말고 이제 내 끝인 사람일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갈 때 절대 남겨두고 갈 수 없건만
그래도 가끔 내 생각하라고
겨우겨우 두고 가는---
내 상여를 먼발치에 바라보고 서서
'다시 만나자'고 말해주는
그런 쓸쓸한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애인,
생각하면
애달파지고 마는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