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우연히 읊은 노래

시인묵객 2010. 12. 9. 16:08


 

 

 

 

 

偶 吟 -예산에서        /          신 경 림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봉우리도 있고 바위 너설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

 

품안에는 산짐승도 살게 하고 또
머리칼 속에는 갖가지 새도 기른다
어깨에 겨드랑이에 산 꽃을 피우는가 하면
등과 엉덩이에는 이끼도 돋게 하고
가슴팍이며 뱃속에는 금과 은 같은
소중한 것을 감추어두기도 한다

 

아무리 낮은 산도 알 건 다 알아서
비바람 치는 날은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햇볕 따스하면 가슴 활짝 펴고
진종일 해바라기를 하기도 한다

 

도둑 떼들 모여와 함부로 산을 짓밟으면
분노로 몸을 치떨 줄도 알고
때아닌 횡액 닥쳐
산 한 모퉁이 무너져나가면
꺼이 꺼이 땅에 엎으러져 울 줄도 안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근심어린 눈으로
사람들 사는 꼴 굽어보기도 하고
동네 경사에는 덩달아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출 줄도 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있을 것은 있고 갖출 것은 갖추었다
알 것은 알고 볼 것은 다 본다

 

* 偶吟(우음) : 우연히 읊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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