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1월의 기도

시인묵객 2010. 11. 1. 21:19


 

 

 

 

 

 

 

 

11월의 기도       /     박 소 향

 

 

 

 

 

가지가 나뭇잎을 비우듯
나도 조용히 비워지고 싶다

바람 스산히 지나가는 거리마다
혼자 묻힌 고독에도 너무 황홀한
장미빛 낙엽이고 싶다

 

구름도 때로 비되어 내리고
기다린 한 철 눈 되어 내리는데
무거운 어둠 쏟아놓지 못한 가슴으론
침묵의 무게만으로도 벅찬것을

 

아 그래서 11월에는
마른잎이 되어도 화려한 너처럼
비워지고 싶다

 

하나씩 가벼워지고
한가지씩 비워져서
누군가 마음 열 때 편히 담을 수 있도록

안녕을 고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처럼

새하얀 작별의 날에도
기도의 몸 짓 멈추지 않는
마른 나뭇잎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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