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에게 띄우는 노래

시인묵객 2010. 10. 3. 15:33


 

 

 

 

 

 

 

가을에게 띄우는 노래   /    이 영 균

 


 

나는 가지 못했다

다만 죽은 자에게 물어봤을 뿐이다

낙엽에 영혼이 담겨 갈 수 있을까를

그래서 마른 갈잎에

소망을 적어 한강 언저리에 띄웠다

 


깊고 푸른 강

바람도 없는 날에

그의 영혼은 그렇게 날려갔다

그리고 답장이 올 때는

하늘빛이 하얗게 변하고

길게 실비로 한 자씩 적어온다

 


낙엽에 담지 않아도 날려갈 수 있다고

하지만 흰 눈이 오고가고

파란 바람이 불고

분홍 꽃잎이 피는 것을 다 보고나면

또 갈잎에 기억을 전해달라고

 


죽은 자가 말할 때

그대가 있어 계절이 오고간다고

깊은 당신의 숨결처럼

그래서 난 아직 가지 못했고

낙엽 가는 날 그의 영혼도 담겨갔다

 


그 아이의 숨결이 아직 느껴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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