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고향은 꿈꾼다

시인묵객 2010. 8. 10. 16:24


 

 

 

 

 

 

 

고향은 꿈꾼다         /       강  희  창


 

 

 

달포만에 고향엘 갔더란다
꼴에 넥타이 달구 카셋트 귀에 꼿고
뱃속까지 울렁이는 버스로 반시간 남짓
과수원 등성이 올라서니 보인다

 

오십살 감나무가 일어서고
그 옆으로 아래 까작이 초가로 서있는 집
길가에 속살 드러낸 찔레꽃잎
팝송 들으며 코를 대니
인기 스타의 향수냄새가 난다

 

할아버지가 나를 주워 왔다던 다리를 지나
논두렁 두어 배미 훌쩍 건너
엉성한 사립문을 빠꼼이 제치면
가뒀던 정취가 내게 달려 들어라

 

여동생은 지가 댕기던 핵교로 선생 나가고
아버지는 부엉골로 밭 갈러 가신 듯
망연히 빈 마루에 서서 뒤란을 보니
삼년전 몸묵고 집나가신 어머니
잡초 무성한 무덤으로 있어
피붙이 아들을 몰라 보시네

 

불빛 고파서 벌레 날아드는 밤
깊어 갈수록 안방의 신음소리 깊어가고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정적
처량한 쑥꾸기 울음소리
외방 나그네 마음을 찢는다

 

홀로 밭에 남은 쟁기가
새벽을 재촉 하건만
도시보다 바지런한 고향의 아침은
어디선가 태몽을 꾸고 있으리니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안의 창을 열고  (0) 2010.08.12
가나한 이름에게  (0) 2010.08.11
가장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랑..  (0) 2010.08.09
사 랑  (0) 2010.08.08
사람이 그리운 날에  (0) 201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