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 홍 수 희
내 한숨의 한 토막만 여기다 넣자
네 통한의 한 움큼만 여기다 담자
그리하여 낯설은 이별주 대신
싸늘한 너의 등을 눈앞에 두고
쓸개를 마시듯 너를 마시자
창 밖은 바람불고
거리는 더없이 야위어만 가는데
우리 어디다가 따스한 온기
그나마 남기어 지탱하련가
다만 커피 한 조각에
해바라기 같은 꿈하나를 치장하고서
그 안에는 칠흑처럼 쓰디쓴 순리
밀크처럼 골고루 번지게 하고
오늘 단 하루라도
아니 어제 단 하루라도
우리의 사랑 감사 여기며
내 한숨의 한 토막 네 통한의 한 웅큼
온몸으로 절절히 여기다 담고
눈물처럼 조용히 너를 마시자
차마 부서지지 않으시도록
말없이 너를 마셔버리자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의 노래 (0) | 2010.06.27 |
---|---|
그대 스치고 간 마음은 (0) | 2010.06.26 |
내 그리움들아 (0) | 2010.06.24 |
그대 생각하면 눈물도 아파요 (0) | 2010.06.23 |
나 그대 풍경 되어 주리라 (0) | 2010.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