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 엄 원 태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붓둑에 퍼질고 앉은 아낙네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들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에게도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며 황사바람까지 견딜만 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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